내가 모르는 분야의 콘텐츠를 평가하는 건 불가능하다.

얼마 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한가지 깨달았다.

어느 날 어떤 블로그 콘텐츠에 대해서 동료 A님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했다.

나: “보기 좋은 콘텐츠는 맞는데 내용이 재미가 없네요.”

A님도 나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. 또 다른 동료 B님에게도 물어봤다.

B님: “저는 재미있는데요.”

나는 예상외의 답변에 깜짝 놀랐다. 나는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할 콘텐츠를 구분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. 그런데 이 블로그 콘텐츠는 어떠한 센스 있는 패러디도 안보이고 짤방도 식상했다. 아무리 봐도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.

그래서 나는 B님이 덕후력이 부족하여 이런 평범한 글도 재밌어하는 건가 생각했다.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.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애초에 내가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콘텐츠였던 것이었다.

아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짤방이다.

bug

개발자들은 위의 짤방을 무척 재밌어하고 크게 공감한다. 하지만 개발자가 아니라면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다. 왜 재미있는지 설명해준다 한들 ‘무엇이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개발자들은 재미가 있다고 하니 재미가 있나보다’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다.

즉, 나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해당 분야의 콘텐츠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재밌을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.

기업들이 내놓는 콘텐츠 중에 재미가 없어서 망한 콘텐츠는 애초에 어떻게 컨펌을 받았을까 궁금했는데 아마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. 특정 대상을 상대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그 콘텐츠를 디렉팅한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것이다. 즉, 그 디렉터는 콘텐츠가 재미있을지 없을지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.

예를 들어 보자. 어떤 회사에서 덕후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색상 별로 독특한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. 직원중 한명이 덕후라서 민트색을 ‘미쿠색’이라고 부르자고 했다. 그런데 디렉터는 덕후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. 그렇다면 절대 ‘미쿠색’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. 디렉터의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.

특정 분야에 대한 판단은 그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일수록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. 너무나 당연한 사실임에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그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.

당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수렴해야 한다.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.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 생각에는 이해가 안될 테니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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